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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

by 쏭박스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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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

독립, 나로 살기 위한 필수 조건

어엿한 마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향을 떠나 1년간 혼자 살아가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수행하러 떠나는 초보 마녀 키키는 독립할 생각에 들떠 있지만 아버지는 아직 어린 키키가 걱정됩니다. 독립하려면 필연적으로 본래 있던 곳을 떠나야 합니다. 태어나서 머물던 안전하고 편안한 둥지에서 벗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보지 않은 세상이 두렵고, 가늠되지 않는 온갖 일들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그래서 생각대로 되지 않거든 언제든 돌아오라는 키키 아버지의 따뜻한 말이 한없이 위로가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돌아올 곳이 있어서 떠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떠나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보호받던 큰 그늘에서 벗어나면 자신이 무엇을 좋다하고 싫어하는지, 자신만의 취향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도전과 실패를 통해 자신의 한계와 능력도 알게 됩니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 의미로의 탐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신화와 영웅 이야기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둥지를 떠나,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경험이 양분이 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성합니다. 독립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슬럼프

새로운 마을에 정착해 배달 일을 하던 키키에게 시련이 닥칩니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는데, 문득 비행을 의식하고 나니 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키키는 우연히 화가 우슐라를 만나고, 그녀가 머물고 있는 전나무 숲의 오두막으로 갑니다. 오두막에서 키키는 우슐라에게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그러자 우슐라는 자신도 그림이 잘 안 그려질 때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때는 계속 그리고 또 그린다고 말합니다. 

둥지를 떠나 혼자 길을 걷다 보면 자신이 왜 걷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걸어야 하는지, 이 길이 맞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드는 순간들이 생깁니다. 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서 거대한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듯 막막합니다. 어쩌면 슬럼프는 이제껏 있었던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고 알려주는 인생의 알람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공을 들이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 슬럼프는 오지 않습니다. 슬럼프는 내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그곳에 나타나며, 더 나아지려고 하는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그러니 슬럼프가 찾아왔다면 당장은 힘들겠지만 한편으로는 '아, 내가 그동안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라고 알아차리고,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위로와 격려를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잠시 특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기를 가지며 다시 새롭게 도약해나갈 순간을 대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세상에 남기고 싶은 나만의 그림

우슐라는 비행을 하지 못해 걱정하는 키키에게 섣불리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누군가를 따라하기보다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고 말합니다. 존경하는 누군가와 닮기를 바라며 따라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성장합니다. 따라서 인생의 롤모델이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삶 전체를 그대로 따라 살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지문이 다르고 홍채가 다르듯, 우리는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슐라가 '나만의 그림'을 찾았듯이 말합니다. 키키에게 '나만의 그림'이 무엇인지는 영화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키키가 실마리를 찾을 것임을 넌지시 암시합니다. 마치 '나만의 그림'은 삶에서 중요한 것과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알게 될 거라며 힌트를 주는 듯합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영화 말미에 그림이 하나 등장합니다. 하늘을 날 수 없어 고뇌에 빠진 키키의 모습을 보고 우슐라가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에서 키키는 우슐라의 오두막 위를 날고 있습니다. 밤 하늘을 날아가는 키키의 얼굴에선 강한 의지를 갖고 나아가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인생의 어두운 밤, 고난의 시기를 지나는 키키는 홀연히 빛나고 있습니다. 키키 주위로 빛 입지가 퍼집니다. 오두막 지붕 위에서 우슐라는 손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을 삽니다. 어떤 날은 멋지게 날아오르고, 또 어떤 날은 키키가 그랬던 것처럼 날아오르는 방법을 잊은 듯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럴때는 한 걸음 떨어져 잠시 쉬어갑니다. 때론 주변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우슐라는 키키의 고뇌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완성합니다. 한 사람이 치열하게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한 걸음 내딛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원을 두르고 살아갑니다. 어떤 날은 자신의 동심원 안으로 다른 이의 동심원이 겹쳐집니다. 그때 불협화음이 나기도 하지만, 겹쳐진 원과 원 사이의 교집합을 통해 타인을 위로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합니다. 슬럼프를 이겨내는 노하우를 얻기도 합니다. 그렇게 관계 맺는 법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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